AI가 답을 주는 시대, 나의 일에 대한 고민

일하면서 AI를 안 쓰는 날이 거의 없다. 보고서 초안도, 데이터 정리도, 문구 아이디어도 AI한테 먼저 물어본다.
편하다. 그런데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AI가 이렇게 잘하면, 내 일은 뭐가 남지?"
이런 궁금증을 갖고 있던 찰나, 독서 교육 전문가 최승필, 미래학자 송길영, 광고인 박웅현 님의 롱블랙 인터뷰를 읽게 되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고유한 관점으로 내 고민에 대해 조언을 해준다고 느껴졌다.
1. AI는 답을 주고, 질문은 내가 한다 — 최승필
요즘 책이 잘 안 읽히는 이유를 최승필 작가는 '읽기 근육이 풀려서'라고 한다. 말은 저절로 배우지만, 글은 따로 훈련해야 읽을 수 있다. 그래서 근육처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제일 와닿은 말은 이것이다.
"AI는 '답'을 주는 도구지, '질문'을 던지는 도구가 아닙니다."
좋은 질문은 생각의 뼈대가 있어야 나온다. 쉽게 말해, 앞뒤를 이어 가며 길게 생각하는 힘이다. 이 힘은 긴 글을 끝까지 읽으면서 길러진다.
책을 다 읽었는데 "그래서 무슨 내용이지?" 하고 멍해진 적이 있다. 작가는 이것을 '모래가 쌓이지 않는 모래시계'라고 부른다. 눈으로는 읽었는데 머리에 남지 않는 것이다.
처방은 의외로 쉽다.
두껍고 어려운 책 말고, 만만하고 재밌는 책부터
빨리 말고, 천천히! 1년에 100권 읽고 남는 게 없는 것보다, 3권을 제대로 씹어 먹는 게 낫다
📎 출처: 롱블랙, 「읽기에 관하여 : "읽는 인간만이 질문한다" AI 시대, 생각의 주인이 되는 법」, 최승필 인터뷰, 2026.01.05 https://longblack.co/note/1849
2. 내 일을 잘게 쪼개고, 다시 정의한다 — 송길영
송길영 작가는 지금을 '경량문명'이라고 부른다. '경량'은 가볍다는 뜻이다. AI 덕분에 작은 팀, 심지어 한 사람이 예전의 큰 조직만큼 일할 수 있는 시대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AI 그림 서비스 미드저니는 40명, AI 코딩 도구 커서는 20명이 일하는데 매출이 70억 원을 넘는다.
그래서 두 가지를 해 보라고 한다.
- 내 일을 가장 작은 단위로 쪼개기 — 쪼개 보면 어떤 건 AI에게 맡기고, 어떤 건 내가 할지 보인다.
- 내 일을 한 단계 위에서 다시 정의하기
예시가 좋았다. 물류 회사 직원이 '물류란 뭘까?'를 고민해서 '제품과 고객을 이어 주는 일'로 다시 정의한다. 그러면 재고 관리와 배송은 AI에게 맡기고, 나는 고객과 만나는 순간을 꼼꼼하게 챙기는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
기억하고 싶은 말이 두 개 더 있다.
하나는 "빠른 추격자 말고, 빠른 전환자가 되세요." 이다. 예전 방식을 빨리 따라 하는 사람 말고, 예전 방식을 빨리 내려놓고 바꾸는 사람이 되라는 말이다.
다음은 "비 카인드(Be Kind)." 친절하라는 말이다. 택시 앱에서 기사님께 별점을 매기듯, 일도 서로 고르는 시대다. 다음에도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다시 선택 받기에, 친절함의 덕목이 주목받게 된다.
📎 출처: 롱블랙, 「경량문명의 탄생 : 송길영 "이제 거대하면 죽는다"」, 송길영 인터뷰, 2025.09.15 https://longblack.co/note/1737 (미드저니·커서 사례는 이 글이 소개한 '린AI 리더보드' 내용이다. 인터뷰 바탕이 된 책은 『시대예보: 경량문명의 탄생』이다.)
3. 본질을 넓게 잡으면 일이 커진다 — 박웅현
박웅현 대표는 광고를 '창작'이 아니라 '문제 해결'이라고 본다. 광고를 이렇게 정의했더니 일이 넓어졌다고 한다. 그렇게 넓어진 그의 업무 영역은 광고 뿐 아니라, 회사의 브랜딩, 조직 문화 까지 다룬다.
대림산업 광고 '진심이 짓는다'도 그렇게 나왔다. 6개월 동안 그 회사 사람 20여 명을 한 명씩 만나 인터뷰하고 찾은 말이다. 멋진 문장을 지어낸 게 아니라, 그 회사가 원래 가진 강점(약속은 꼭 지킨다)을 찾아낸 것이다.
"광고인은 작가가 아니라 의사다."
멋진 말을 지어내는 사람이 아니라, 회사의 문제를 진단하고 처방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내 일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의 크기가 달라진다고 한다.
📎 출처: 롱블랙, 「박웅현 : 문제 해결이라는 본질에 집중하면, 내 일이 확장된다」, 박웅현 인터뷰, 2022.11.30 https://longblack.co/note/492
결론
질문이 던져 졌다. '내 일의 본질을 무엇이라고 규정할 것 인가. 어느 정도 까지 넓게 정의 할 것 이며, 어디까지 세분화 할 수 있을까. 그 일의 스펙트럼 안에서 AI 에게 맡길 일과 나의 역할을 어떻게 구분 지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해, 나 다운 결론을 내기 위해선 '생각 근력을 키워줄 제대로 된 독서' 가 필요하다.


![[Unity] AI를 사용한 프로토타이핑 파이프라인](https://data.develog.develrocket.com/upload/develog/user_1776858831954/1790480885809-tfnj78/captured.png)


[시대예보: 경량문명] 최근 읽은 책 중에서 향후 미래에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방향성을 잘 잡아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다시 보게되어서 반갑네요!